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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ser

이곳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은, 보이지 않는 장애를 안고 사는 것과 다름없다.
일방적으로 이들의 언어와 문화에 맞추지 않으면 바보가 되고 누군가가 선심을 베풀듯 툭, 관심 가져 주지 않는 이상 개인의 역사 같은 건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다.
지금껏 살면서 이토록 정체성이 모호했던 순간이 있었을까.
있어도 있지 않은, 말해도 들리지 않는 존재라면 어쩌란 말이냐고 묻고 싶지만, 그래봐야 결국엔 나 홀로 lo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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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방학. 일주일에 두세번 일을 하는 것 이외에는 하는 일이 없어 시간이 많은데 어찌된 게 멍하기만 하다. 학기 중에 나름 엄청난 양의 과제와 시험의 압박에 시달렸던 게 억울해서인지 막 늘어지기 시작한 것이 그냥 무기력함으로 변해버린 듯하다. 날씨는 또 어찌나 더운지. 35를 육박했다나. 숨도 쉬기 어려운 더위 속에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는 선풍기 바람을 마주하고 또 머엉.

*

애써 사람들 사이에 섞이려고 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시끄러운 음악 사이로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가보겠다고 고개를 빼고 목청을 높였더니 온몸이 무겁다. 뻘쭘할 때마다 홀짝홀짝 마셔댄 진토닉은 식도 어딘가에 걸려 내려가지도 않는다. 얼어죽을 드레스 코드 맞춘다고 잘 신지도 않는 구두를 신다가 발이 까진 것도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다르기 때문에 알아가고 싶은 마음과 이질감이 느껴질수록 도망가고 싶은 마음 사이. 모든 걸 말, 말, 말로 하지 않으면 금새 투명인간이 되는 가운데 자꾸만 놓치는 타이밍.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어떻게 지냈어, 방학은 어떻게 보내고 있어, 크리스마스와 새해맞이는 어땠어, 다음 학기 등록은 했어, 잘 지내, 별일 없었어, 일하고 있어, 무슨 일, 까페, 친구들과 그럭저럭 재밌게 보냈어, 내일 술자리는 올거야, 응 아니 잘 모르겠어, 잘 가 다음에 만나, 의 무한 반복.


*

조금 달랐기 때문일까. 뭔가 비밀이라도 안고 있을 것 같은 사람에게 끌리는 건, 덫이다. 거기에 섣부른 기대와 욕망까지 더해져 제대로 걸려들었다. 대상을 잃어버리고도 마음은 잘도 엎치락뒤치락 오르락내리락 해댔더랬다. 놓는다. 놓을 것이다. 놓았다. 놓아야 한다. 놓자. 안다. 놓는 걸. 놓을 수 밖에. 결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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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하루.

잠에서 깨자마자 꿈에서 이어지는 잔상으로 그녀가 떠올랐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쓰다 지우다 쓰다 지우다 한 문자를 보내고는 혼자 몸부림을 쳤으나 어쨌든 급하게 약속은 잡혔고 약속시간까지 어쩔 줄을 몰라 걷기만 하다가 만나서 조촐한 테이크아웃 커피를 시켜 이야기를 했고 그녀는 담담하게 듣더니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고 우리는 남은 커피를 마신 뒤 어색한 헤어짐을 했다. S는 토닥토닥과 꼬옥꼭을 반복하며 위로를 하면서 함께 보타닉 가든을 걸었고 조만간 염색을 하자며 색을 골라주었으며 마음이 허할때는 먹어야한다며 쌀국수집으로 데려갔다. H와 M은 멀리서 짝사랑타령 하는 전화를 기꺼이 받아주었고 나는 아직 그녀 사진을 들여다보는 습관을 버리지는 못했다. 이런 하루라니,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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